여행완전정복

2008/03/23 12:00
[2008년 3월 22일 방송분]

  지난 며칠간 안 좋았던, 그래서 잠시 여행을 떠났던,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상태(?)를 이유로 설정하게 된 테마다. 사실 이전부터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직접적으로 와닿는게 없어서 어떤 식으로 자료를 모으고 선곡을 해야할지가 막막했는데, 지난 며칠동안 나름대로 사람에, 사랑에, 그리고 내 자신에게 앓으면서 주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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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여행이야>

  인생에 있어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만한 첫 여행은 아무래도 수학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 설레임은 둘째치고서라도 합법적으로 집이 아닌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며칠을 묶고 돌아온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거북이의 <여행이야>는 이런 첫 여행때 (혹은 매번 여행 때 마다) 느끼는 설레임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떠어떠한 준비물을 싸가라고 기분좋게 사비로 반복한다.
  여행가방, 치약, 칫솔, 비누, 샴푸, 타올, 양말, 입을거리, 먹을거리, 비상금, 여권, 비자, 핸드폰, 충전기, 디카, 수영복, 물안경. 와. 정말 이 17가지만 챙기면 어떤 여행이라도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떠날 수 있겠다.

패닉 <여행>

  여행은 떠나고 싶다. 하지만 현신을 그렇지 못하다.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주부님들은 가정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 매일매일의 피곤함은 그날그날의 밤잠으로 해결되지 않아 수면부채는 주말로 몰리고 주말은 조용히 집에서 텔레비전 보면서 쉬는 날이 된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런 일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만드는 노래가 바로 패닉의 <여행>이다.
  어려운 노랫말의 1인자(?)라는 이야기는 고정관념으로 치부하고서라도 그들이 풀어놓는 가사말은 멜로디라인 혹은 라임을 따라가기위해 마구잡이 식으로 넣어진 것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만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나의 해석 역시 하나의 추측일 수 밖에 없다.
  삭막한 세상. 세상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 신나는 여행같지만 알고보면 이는 또 다른 고도화된 사회의 통제방식이 아닐까. 그것으르 깨달은 순간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사회라는 시스템안에 갇혀있다는... 무섭고 어려운 이야기다.
"오늘도 긴여행이 끝이 났어. 오늘도 어제처럼 뜻밖이야. 거리엔 넥타이멘 검은 새들 어디선가 지친듯이 돌아오고. 누군가 노랠 불러, 나를 불러. 어디론가 바람따라 멀리 사라져. 오늘도 긴 여행이 끝이 났어. 내겐 영원한 짐"
  인생은 또 하나의 여행이지만 결국 영원한 짐일 수 밖에 없다는 다분히 비관적인 이야기를 김진표와 이적의 나즈막한 그리고 어두운 목소리로 읊조릴때 세상과 삶에 대해 낙관적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다운된건 아닐까?

박선주+김범수 <남과 여>

  제목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워낙에 유명한 두 사람이 만난 명곡이었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들어본 건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거나 좋은 우연은 또 행운으로 이어진다는 걸 확인한다.
  여행 얘기를 하다가 왠 남녀 사랑노래가 나오냐고? 대중가요 90퍼센트 이상이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 여행노래라고 해도 순전히 여행에 관한 노래만 있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이 사랑과 결부된 여행노래다.
  비슷한게 너무 많지 않은가? 우습게도 너무 닮아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거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를 잘하든 못하든 길을 잃어버리는 것 또한 사랑이든 여행이든 마찬가지. 여행이 끝이나다? 사랑이 끝이나다? 휴유증은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온다. 설레지만 마냥 설레일 수만은 없는 그런게 사랑이고 또 여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은 여행중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면 당신은 여행중인 것이다. 다만 지도가 없으니 항상 긴장과 함께 찾아오는 적당한 설레임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 하나만 더, 가장 중요하고 무서운 사실.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코 예전 같을 수 없다는 거.

  이상 [여행완전정복]이라는 주제. 다른 때와는 다르게 나름 적절한 분량에 적절한 에피스드, 구성으로 무난히 소화해낸 것 같아서 마치고 기분이 나름 괘찮았던 방송.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명곡들, 명가사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방송. 공부는 항상 진행중이어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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